요즘 내가 최근 몇 년에 비해 기분이 다운되어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성공적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났다고 자부하고 있던 나에게 이건 꽤 커다란 발견이었다.
당장 우울증에 시달리는 중은 아니지만 길티플레저를 느끼면서 읊조리고 있는 말들이 나를 구렁텅이로 몰고 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뭔가를 개선해서 나를 다시 끌어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 책을 발견했다.
"우울할 땐 뇌 과학"은 우울함의 원인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뇌과학의 입장에서 서술한 책이다.
감성을 자극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류의 사람들에게 추천할 것 같은 책...ㅋㅋ
제목에서부터 '뇌 과학'이라고 해놓았듯 처음부터 뇌의 어느 부분이 인간의 어떤 신경계를 자극하느니 하는 글들이 이어진다.
너무 많은 개념이 등장하지도 않는 데다가 다양한 실험들과 가벼운 예시들이 가득해서 그다지 어렵거나 머리 아프지는 않았다.
부엌 찬장 문에 머리를 부딪치면 촉각피질은 그 사실을 감지하고 '지금 막 뭔가가 내 머리에 부딪혔구나'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섬엽은 '아야, 아야야! 아이고, 아야!'라는 반응으로 처리한다.
게다가 이 책이 설정한 독자는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아니면 나처럼 우울해지기 전에 뭔가를 기술적으로 개선하고 싶은 사람이라던지?
저자는 그런 독자들이 머리를 싸매면서 책에 나와있는 개념들을 달달 외우려고 노력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다양한 개념들을 기억나면 기억나는 대로 안나면 안나는 대로, 또 궁금하면 찾아가면서 읽으니 상당히 재미있게 술술 읽혔다.
책은 먼저 뇌의 각 부분의 특징, 뇌가 기분을 다운시키는 구렁텅이(책에서는 그걸 '하강나선'이라고 했다)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를 밝히고 후반에는 이걸 잘 이용하여 상승나선을 타는 방법을 설명한다.
나는 여기서 상승나선을 만드는 방법들이 꽤나 흥미로웠는데, 과거 내가 무의식적으로 해서 나의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 것 하나, 앞으로 더욱 따르고 싶은 방법 하나, 책에 소개된 것과 비슷한 나만의 방법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먼저, 운동하기
한창 우울했던 시기에 문득 어두운 방 안에서 침대에 누워 부실하게 먹느라 건강이 많이 약해진 것을 느껴 운동을 시작한 적이 있다.
유튜브를 보며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하고 체력이 되면 당시 유튜브에 많이 나오던 춤추는 게임도 따라했다.
운동하며 증가한 엔도르핀과 체력,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 등은 나에게 상승나선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사람들 속에 있기
딱히 교감하지 않아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뇌에서 사교성을 담당하는 부분을 끌어올린다고 한다.
우울한 감정이 들 때나 힘들 때 쉬고싶을 때 꽤 강한 내향성을 지닌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긍정적이지 않은 습관이 있다.
최근 주말에 하루는 집 근처 카페라도 가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있는데, 이게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이라니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다 싶다.
마지막으로, 감사하기
감사는 자살 가능성을 줄여주고 사회적 지지를 높이고 수면의 질까지 높인단다.
나는 최근 '사소한 것에 행복함을 인지하기'라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감사하기와 약간 비슷한 것 같다.
(물론 내 프로젝트는 사회적 지지는 높여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딱히 '아~ 행복해!' 하는 감정이 들지 않더라도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있을 때 '~하니 행복하다'라고 의도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은 점심시간에 회사 옥상에서 책을 읽었는데 '날씨가 따뜻해서 행복하다', '햇살을 쬐며 책을 읽으니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소음을 피해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서는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저녁시간의 여유라니, 행복해'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늘 '행복해'라는 생각은 세 번을 했으니 행복한 하루가 아니었을까? 라고 납득도 하면 그렇게 오늘이 행복한 하루가 되어버린다.
이 책에 나와있는 방법은 '전문가를 만나기'와 같이 다소 멀게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가볍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어떤 사람에겐 이 책을 읽는 것조차 큰 어려움일지도 모르지만 오랜만에 읽으면서 권하고 싶은 사람들 얼굴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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